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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무.

글쓴이 : 김희경 날짜 : 2017-10-28 (토) 15:19 조회 : 916


나무가 있습니다.

언제 저만큼 자랐는지 모르겠다고 생각되던 때보다
원래부터 그 모습으로 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
당연하게 생각되던 나무였습니다.

봄이면 여느때처럼 싹을띄우고
여름이면 무성한 잎으로 뭇사람들이 쉬어갈 그늘을 만들어 내고
가을이면 성숙한 색을 내어 올해도 이만큼 잘 흘러왔음을
우리는 그 나무를 바라보며 알 수 있었습니다.

마당에 잔치를 벌일때면 그늘막 설치를 위해
서너개의 장력을 충분히 감당할 만한 가지를 내어주었고
천국처럼 밝은 얼굴을 한 아이들은
맑은 햇살아래서 나무에 포근하게 안기어 그들의 어린시절을 보냈습니다.

비가올때나 바람이 몰아쳐 아무도 그 나무가 서있는 정원을 찾지 않을때도 
외로움 토로않고 그저 묵묵히 주어진 그 자리를 지켜내던 나무였습니다.
매해 추위가 깊어지는 겨울길목, 성탄트리로 주님의 오심을 기뻐하는 자리에도
그 나무는 자신의 팔과 몸을 내어주며 어둔밤 불을 밝혔습니다.
밝혀진 불빛 아래 우리는 그 나무 앞에 서서 평화의 소식을 고백했습니다. 

그 나무와 보내온 시간은
그저 당연한 것이었고
과묵한 그 나무의 성품처럼
우리도 유별나지 않게
함께할 수 있음에 묵묵하고 조용히 감사의 맘을 간직했습니다. 

그 나무가 없는 정원을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.
우리곁에 조용히 젖어든 일상이었기에
갑자기 그 나무가 사라질 모습이 그려지지않고
어떤 기분일까 어떤 반응이어야 할까
그려보는 나의 모습이 낯설기만 합니다. 

하지만 문득
이 알지못할 불안함이
잦아드는 이유는

그 나무는 이미 저 정원 가운데만이 아닌
우리 속에 자리하고 있음을 깨닫기 때문입니다.

그 나무와 함께 그렸던 수많은 이야기가
이제는 우리 기억속
우리 자신의 이야기가 되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.

그리고
홀로 정원을 지키던 그 나무곁에는
이제 또 다른 수많은 나무들이 모여
작은 숲을 이루고 있음을 보게 되기 때문입니다.

처음 이곳에
고민하며 조심히 발을 내딪었을
그 나무의 마음을 생각해봅니다
그리고 이 자리에
깊이 뿌리내려주었던 그 나무에게
조용히
감사의 맘을 간직합니다.

민영규 2017-10-30 (월) 10:52
그리고 자신의 잎이었던 낙옆으로 하트를 그리며 사랑을 고백하던 모습도 기억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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조정호 2017-10-31 (화) 11:39
옮겨진 곳에서도 깊이 뿌리 내리어 ~~
아름다운 이야기를 맺어
행복한 소식 전하는 나무되기를 기도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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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주용 2017-11-02 (목) 22:41
인생정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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